25.11.26. 일기
아침 햇살이 아직 부드럽게 방 안을 스며드는 시간, 나는 제논의 한 마디를 떠올렸다. ‘자연에 따라 살아라.’ 간결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제논은 스토아학파를 창시하며 인간의 삶을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누었다. 하나는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즉 생각과 태도, 의지와 선택이며, 다른 하나는 우리 손을 벗어난 것, 날씨, 운명, 타인의 평가 같은 것이다. 우리는 흔히 세상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들지만, 제논은 오히려 우리가 힘써야 할 곳이 바로 ‘내 마음’이라고 강조한다.
나는 이 생각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우리는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붙잡고 허비했는가. 굽은 나무가 왜 자신을 한탄해야 하겠는가. 제논은 말한다. 나무가 굽은 것은 자연의 법칙이며, 그것을 거스르려 애쓰는 대신 자신의 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지혜라고. 마음속에서 굽은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나는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가진 거목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운명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내 마음을 다스리는 평정심, 스토아가 말하는 아파테이아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 제논은 이어서,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은 외부 조건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있음을 가르친다. 운명은 이미 주어졌고, 우리는 그것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운명을 바라보는 나의 눈, 반응하는 나의 마음은 늘 내가 결정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자유’의 본질이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굳건히 서 있는 나무처럼, 우리는 외부의 조건 속에서도 내면의 의지를 통해 흔들림 없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오늘 아침, 나는 제논의 철학 앞에 다시 한 번 겸손해진다. 바꿀 수 없는 운명과 마주하며,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삶. 그것은 단순히 철학적 교훈에 그치지 않고, 매일의 실천 속에서 살아 있는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태도와 마음가짐이야말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근간이 된다. 제논의 한 줄 말은 이렇게 나에게 묵직하게 남는다. 운명을 사랑하고, 내 마음을 지배하라. 그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마음속 굽은 나를 품고, 바꿀 수 없는 것들을 품으며,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 이 평정심이 내 삶을 지탱하는 뿌리가 될 것임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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