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29. 아침일기 “그냥 너라서 좋다는 말”
오늘 아침, 아내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조용히 읽었다. 출근 전, 겨우 10분쯤 남은 틈새 시간이라 빠르게 훑어보려 했는데… 이상하게 한 줄, 한 문단마다 걸음이 멈췄다.
“아이는 그냥 엄마라서 좋아한다고 했다.”
그 문장이 내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요즘 아내가 얼마나 지쳤는지, 얼마나 스스로를 몰아붙이는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두 돌 지난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까지 다니는 삶이 얼마나 고된지, 말하지 않아도 표정에서, 걸음에서, 작은 한숨에서 다 느껴진다.
아내는 매일 무언가를 해내야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는 너무나 단순한 마음으로 “엄마라서 좋아”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아내가 울컥했다는 문장을 읽는데, 나도 묘하게 가슴이 저렸다.
사실 나도 비슷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아이가 “아빠 안아줘!” 하고 뛰어오면, 내가 뭘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벌어온 돈도, 회사에서 얼마나 혼났는지도, 오늘 기분이 어떤지도 상관없다. 그냥 나라서 좋은 거다.
그 단순한 사실 앞에서 나는 늘 멈칫한다.
누군가에게 ‘그냥 나라서 좋다’는 감정을 받아본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아내도 아마 같은 생각을 했겠지.
그동안 사회 속에서는 늘 “잘해야 사랑받는다”는 방식으로 살아왔고,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압박 속에서 버텨왔을 테니까.
아내가 오늘 글에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마음에 남는다.
“나는 나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하고 있을까?”
아마 그렇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그건 아내의 잘못이 아니고, 더 잘하려는 마음이 커서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다.
그런데 아이는 그 모든 걸 단숨에 무너뜨려 버렸다.
‘엄마라서 좋아.’
그 간단한 말 한마디가 아내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내게도 그 문장은 조금 아프고, 조금 따뜻했다.
나는 아내에게 더 많이 말해줘야 했다.
“지금도 충분하다”고.
“너는 이미 좋은 엄마다”라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 회사에서 점심을 먹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된다는 건, 아이를 키우는 동시에 서로를 다시 배우는 과정이라는 걸.
아내는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면서 오히려 자신에게는 끝없는 조건을 붙이고 있었고, 나는 그런 아내를 지켜보면서도 “고생 많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아내가 스스로를 좀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아내는 분명 또 지친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이는 달려와 품에 안기겠지.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이렇게 느낀다.
아내는 이미 좋은 엄마다.
아니, 그걸 넘어서 좋은 사람이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그런 사람이다.
오늘 일기에는 꼭 적어두고 싶다.
아내가 언젠가 이 일기를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알고 있다.
아내는 부족한 게 아니라, 너무 많은 걸 하느라 지친 것뿐이라는 걸.
아이는 이유 없이 아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아내가 그런 사랑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서 그렇다는 걸.
그리고 나는 아내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는 그냥 너라서 충분하다고.
아이에게서 들은 그 말처럼,
“엄마라서 좋다”는 그 말처럼,
나는 매일 아내를 보며 생각한다.
“너라서 좋다.”
오늘도 아내는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고민하겠지.
하지만 나는 안다.
우리 아이의 웃음 속에는 아내의 하루가 그대로 담겨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웃음만으로도 아내가 얼마나 좋은 부모인지 세상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내일도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이미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거다.
내일 아내에게 꼭 말해야겠다.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고.
그 말이 아내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오늘 일기를 닫는다.
— 40대 남편, 늦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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